Science Life2009.09.14 20:08
아래 글은 과학기술 2.0 의 현장의 목소리에서 퍼온 글이다.
(http://online.kofst.or.kr/Board/?acts=BoardView&bbid=1003&nums=7223)

첫째, 의사소통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발표력)
둘째, 연구원은 자신만의 무기를 갈고 닦아야 한다. (차별화 전략)
셋째는 연구자는 건전한 연구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연구 기획력)
넷째는 도전이 없이는 성취도 없다. (도전 정신)

아는 이 네가지에 대해 각각 몇 점 정도의 점수를 받을 수 있을까?
갈 길은 아직 멀고 험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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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물리학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 책을 한 권씩 선물로 받은 기억이 난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그 책에서는 박사학위를 받는 것이 끝이 아님을 강조하면서, 포스닥이나 연구원으로 갈 경우에 꼭 주의해야 할 여러 가지를 흥미있게 소개하는 소책자였다. 당시에 그 책자를 읽으면서 처음 연구자의 길을 시작했을 때 읽었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삼성전자를 거쳐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기계연구원에서 일하게 되면서 나름대로 항상 내가 예전에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늘 고민하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후배들을 보면서 아직은 나도 갈 길이 멀지만 시행착오를 많이 겪은 선배로서 작은 도움이 될까 싶어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새내기 연구자에게 우선적으로 꼭 필요한 것을 네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의사소통하는 법을 배우자

첫째, 의사소통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학교를 막 졸업한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의 주장을 요령 있게 남에게 잘 전달하는 것에 미숙하다. 발표도 그 중의 하나이다. 예쁘게 자료를 만드는 법을 강조하는 사람도 있지만 보다 포괄적인 의미로 발표나 경청, 의견 개진과 같은 일련의 행위는 모두 연구에서 필수적인 일이다. 과제를 따기 위해 처음에 심사받는 자리부터 열심히 연구한 결과를 평가위원에게 발표하는 일까지 여러 차례의 발표를 하게 되는데 항상 자신이 한 것보다 발표를 잘 못해 손해 보는 이들이 있다. 발표는 결코 연습이나 노력 없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많은 선배들의 발표를 보고, 자신의 발표를 스스로 반성하면서 보다 나은 발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한 의사소통의 예로 내가 A라는 연구원과 함께 일한다고 했을 때, 내가 해야 할 일과 상대방의 할 일에 대한 명확한 논의가 없으면 문제가 생기곤 한다. 굳이 남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고, 남을 설득하는 수준의 품격 높은 의사소통까지는 아니라도 최소한 내가 하는 일이 얼마나 왜 중요하고, 다른 사람의 일의 영역과 역할이 무엇인지, 의견의 진의가 무엇인지를 이해해야 한다.

특히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적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의견을 비판하는 사람에게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아야 한다. 의견이 다를 뿐이다. 이런 경우에 특히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의견이 달라도 서로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며, 내 생각과 다른 의견으로 결정이 된다고 해도 그것이 다수의 의견이라면 기꺼이 수긍할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것이 의사소통의 기본자세라고 생각한다.

자신만의 무기를 갈고 닦자

둘째, 연구원은 자신만의 무기를 갈고 닦아야 한다. 누구나 어떤 연구소 또는 학교에 들어가든지 그 조직에서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특히 연구자는 남과 자신을 차별화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나의 장점이 무엇인가, 내 연구영역에서의 차별성은 무엇인가를 고민해 보아야 한다. 어떤 분야든 그 분야에 최고가 되어야 한다. 연구자는 남을 따라가는 자가 아니기 때문에 내 앞에 길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연구에 임해야 한다. 물론 나보다 조금 먼저 가 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제 곧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그 분야의 선두에 서서 그들과 함께 또는 그들보다 먼저 또는 그들과는 다르게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이 때, 남과 차별되는 나만의 유일한 기술을 갖게 되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내 자신의 장점을 찾아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어떤 이는 발표에 재능에 있고, 어떤 이는 정교한 실험에 재능에 있고, 어떤 이는 발명에 재능이 있고, 어떤 이는 이론적인 고찰에 자신이 있다면 그것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남과의 차별성 및 자신만의 고유성은 이러한 장점을 극대화하는 데서 얻을 수 있다. 자신이 잘하지 못하는 것을 보충하는데 치중하기보다 자신이 잘하는 것으로 승부하고, 그 이외의 것은 외부에서 도움을 얻는 게 좋다.

필자는 아이디어를 내는데 약간의 재능이 있다. 이것을 위해 많은 논문을 읽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것에서 아이디어를 짜낸다. 때로는 스스로 절박한 상황으로 몰아가면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골몰하기도 한다. 아이디어를 내는 것도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하면 할수록 느는 재능이라고 생각된다.

건전한 연구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는 연구자는 건전한 연구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연구하는 활동은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좋은 시나리오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 계획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지가 검토되어야 한다. 일단, 개발할 기술에 대한 확실한 시나리오가 있어야 한다. 매우 구체적일수록 좋다. 연구초반에 100가지를 생각하면 연구 마무리에 10가지만 처리하면 되지만, 처음에 10가지만 고려하면 나중에 100가지를 처리해야 한다.

한번 기술을 개발해서 제품까지 출시해 본 사람은 시작되는 처음의 설계에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이것이 조립라인에서 어떻게 조립될 것인가,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쉽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 고민과 고려가 많을수록 나중이 쉽다. 어떤 일이건 성공할 수 있는 인력, 재원, 시나리오가 준비되어야 한다. 여기에 개발된 기술이 어떻게 제품으로 갈 것인지, 시장의 요구가 정확히 무엇인지까지를 사전에 고려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

개발의 시작부터 완료까지의 건전한 시나리오는 성공하는 연구의 필수조건이다. 간혹, 자신의 연구가 어디에 쓰이게 될지도 모르고, 누가 봐도 개발과정에 해결이 불가능한 블랙홀이 뻔히 보이는데 사전에 충분히 고민하지 않고 연구를 하는 경우가 있다. 불건전한 시나리오는 연구자를 좌절하게 만든다. 연구결과만 실패한 게 아니라 자신의 연구방법에도 자신감을 잃기 때문에 그 여파가 크다. 건전한 시나리오는 성공하는 연구의 열쇠다.

도전이 없이는 성취도 없다

넷째는 도전이 없이는 성취도 없다. 연구자는 새로운 일과 새로운 연구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이것을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한참 진행하다가도 길이 막히면 여기서 돌아가야 하나? 결국 실패하지 않을까?’를 고민한다. 세상에는 쉬운 길과 어려운 길이 있다. 쉬운 목표와 어려운 목표가 있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어려운 길, 어려운 목표는 큰 대가를 가져다 지만 그만큼 실패할 위험이 크다. 누구도 완벽한 연구개발 시나리오를 만들 수는 없다. 더욱이 남이 하지 못한 일일수록 해결할 방법이 눈앞에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거기다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실패하는 것에 그리 관대하지는 않기 때문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그러나 연구자는 한 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도전을 한다고 모두 위대한 성공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도전하지 않고는 절대로 남을 뛰어넘는 위대한 성공은 이룰 수 없다. 성공을 거둔 사람들을 보면 항상 남이 하지 못한 일을 해내기 위해 끊임없는 도전한 것을 볼 수 있다. 실패를 만났을 때 오히려 도전의욕을 불태우는 사람만이 세상을 앞서 나가는 법이다. 거창할 것도 없이 자신의 일 중에서 10%라도 무모한 도전, 새로운 도전을 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 그것이 세상을 바꾸는 기술을 개발하는 공식이라고 믿는다.

한창수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 cshan@kimm.re.kr

글쓴이는 서울대학교 조선공학과 졸업 후 기계과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KAIST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충남대학교, KAIST, 출연연연구원대학에서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Posted by Kozmoj